한·미 연합훈련, “중단 vs 더 해야”…서로 다른 목소리 낸 한ㆍ미
관리자
view : 310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은 이날 한·미동맹재단ㆍ주한미군전우회 초청 강연에서 “우리(한ㆍ미)는 항상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ㆍ당장 싸울 수 있는 태세)을 준비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상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ㆍ미는 지난 2월 27일 상반기 연합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훈련은 야전이 아닌 지휘소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올해 일정을 보면 연기한 훈련을 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ㆍ미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한국이 보유했는지 검증하는 훈련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간부 훈련(연합훈련 대체 훈련)을 했지만 연 2회 실시하는 전구(戰區ㆍ한반도 전체가 포함)급 훈련의 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전구급 훈련은 연합준비태세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가능하면 연합훈련을 하반기에 2번 열어 횟수를 채우자는 뜻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6ㆍ25전쟁 당시 미군 스미스 부대의 패전을 거론하면서 “이런 교훈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도록 적절한 무장을 갖추고 기강 잡힌 군을 유지해야 한다. 강도 높은 훈련을 지상과 공중에서 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 실사격 훈련을 실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이날 연합훈련의 필요성을 거듭 언급한 것은 앞서 열렸던 행사에서 나온 한국 측 주요 인사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연 ‘격동의 한반도, 문정인ㆍ이종석 대담’에서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핵 포기가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한다면 거기에 올인해야 한다”면서 “단독 지휘 훈련을 갖는 등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연합훈련의) 규모와 성격에 상관없이 북한은 비판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연합훈련 전에 남북이 이와 관련해 협의해야 한다”고 이 전 장관을 지원사격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 전 장관과 문 특보가 어떻게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려는 현 정부의 속내를 대신 띄워 여론을 떠보려는 듯하다”며 “반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같은 기류에 처음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미국이 독일에서 9500명의 미군을 철수한다는 방침인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된다’는 질문에 “그런 의혹 자체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임무와 한국 방어에 대한 의지를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https://news.joins.com/article/23815004